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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박시] 트롯 열풍과 1,281만 원

우박시(우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 1호 

트롯 열풍과 1,281만원

 

트롯 서바이벌 오디션 ‘미스터트롯’이 시청률 35.7%로 지상파까지 통틀어서 예능 프로그램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회 오디션 참가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담아 부르는 트롯 곡조에 시청자들은 울고 웃었던 것이다. 매회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눈물을 보였다. 그 눈물의 이유는 다양했다. 트롯에 대한 홀대, 배고픔, 어려운 집안 사정 등 가슴 아픈 사연들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특히 현역 트롯 가수로 활동하는 참가자들은 주로 일회성 행사에 일당제로 활동하기 때문에 생계를 어렵게 꾸려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트롯가수 뿐 만 아니라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면서 많은 예술인들이 생계 곤란에 처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 예술인들의 연평균 수입은 1,281만원 정도로 예술인 10명 중 7명이 월 100만원 미만이다. 분야별로는 대중음악, 무용 등 분야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에 그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관련 계약 체결률 42.1% 중 9.6%가 부적절‧부당한 계약 체결이다. 예를 들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기 집행한다고 건설공사비는 일부 선지급 하는 반면 예술 공연 등은 줄줄이 취소됐는데도 계약상 선지급 되지 않는 불이익도 존재한다.   

  

정부는 피해 예술인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예술인 긴급생활자금 융자를 확대(금리 2.2→1.2%, 한도 5백만→1천만 원)하고, 창작준비금(1인 300만원, 12,000명)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예술인 학부모의 어린이집 신청도 간소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예술인 대상 대출 금리를 2.2%를 1.2%로 낮춘다고 실질적 도움이 되겠는가? 결국은 빚으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만 가중 될 수 있다. 창작지원금 지원 정책은 그 대상이 전체 종사자수의 1% 남짓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극소수만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예술인 자녀 보육 정책 역시 문제가 있는데 예술인 학부모 어린이집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예술활동증명서’가 필요하다. 활동을 못해 형편이 더욱 어려운 예술인들은 증명서가 없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할 수 있다. 어린이집 우선 입소 기준이 부모가 모두 취업 중인 경우이기 때문에 부부가 모두 생계 수단을 잃은 경우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조차 힘들어진다.

 

정부의 복지 및 지원 정책은 천편일률적인 면이 있다. 먼저 저리 융자 정책을 펴고 소수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마저도 대상자의 특수적 상황을 고려하기 보다는 행정편의적인 절차를 고수한다. 예술인 생활자금 사업은 대출사업의 성격보다는 복지사업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대출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복지 체계에 포함하여 예술인의 주거‧의료‧보육 정책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복지급여의 한계가 있을 경우에는 예술인공제조합을 통해 임대료, 의료비, 보육비 등에 대한 보충 지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 아직 예술인 공제조합의 조합비 문제로 제도가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나서 예술인공제조합 기반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정부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지원 정책 보다는 문화‧예술인이 기본 생계를 유지 할 수 있게 사회적안전망을 조성하고 사회적경제 육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때문에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자는 힘든 상황이다. 방구석 한켠 TV에서 흘러나오는 트롯은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고단과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문화‧예술은 ‘사회적 연대’를 유지 시켜주는 끈이다. 우리 삶의 애환을 달래 주던 트롯 가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듯이 예술인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