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면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올해는 신고 대상에 사상 처음으로 종교인이 포함됐다. 종교인 과세가 지난해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자신이 속한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종합소득세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았을 것이다. 이때 함께 안내받는 내용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이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1년5개월 전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종교인 과세의 근본적인 문제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 지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비종교인의 눈에는 종교인이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것과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을 받는 것이 모순처럼 비친다. 근로장려금은 말 그대로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으로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나 사업자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를 해야 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종교인은 올해 첫 종합소득세 신고 때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납세자가 납세 항목을 선택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은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활동이 근로가 아니라 봉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봉사소득 항목은 없으니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 가운데서 고르도록 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해야 세제혜택이 크다는 점이다. 기타소득은 연봉에 따라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받는다.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은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소득금액이다. 필요경비가 커질수록 소득금액은 적어지고 세금도 그에 맞춰 줄어든다. 연봉이 5,000만원인 경우 종교인은 2,900만원을 필요경비로 인정받아 소득금액은 2,100만원이 된다. 반면 직장인은 1,225만원의 필요경비를 인정받아 소득금액은 3,775만원이 된다. 종교인이라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당연히 근로소득 대신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소득세를 내는 근로자에게 지원되는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받지 않는 게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는 내지 않으면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받겠다고 하니 세상 사람들의 눈총이 쏠리는 것이다. 

사실 기타소득은 세법에 개념이 워낙 명확히 규정돼 있어 종교인이 얻는 소득과는 거리가 멀다. 기타소득은 상금·현상금·포상금·복권·당첨금 등 정기적인 소득이 아니라 비정기적이며 일시적으로 얻는 소득이다. 종교인이 종교활동을 이유로 꾸준히 받는 소득은 근로소득은 될 수 있어도 기타소득이 될 수는 없다. 

 

(중략)

 

 

현행 종교인 과세 제도가 처음부터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잘못된 길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회는 얼마 전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인 퇴직금 비과세 법안을 추진했다. 종교인 퇴직금 비과세 법안은 올 들어 일사천리로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까지 절차를 밟아나가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사위원회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 법안은 종교인이 받는 퇴직금에 세제혜택을 주자는 것으로 2018년 이후에 받은 퇴직금만 과세 대상으로 삼자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10년 근무한 회사원이 올해 말 1억원의 퇴직금을 받으면 1년간 퇴직소득은 1,000만원 정도 된다. 이 소득에 대한 소득세는 50만원이며 이 소득세가 10년간 발생했으니 총 소득세는 500만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종교인이 퇴직하면 과세 대상이 되는 퇴직소득은 지난해와 올해 2년간 2,000만원이 되며 이때 소득세는 50만원씩 해서 100만원이다. 종교인 과세가 2018년부터 시작됐으니 퇴직금도 그때 이후 발생한 것만 과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는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세상 사람들은 종교인 과세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고 편하게 말하지만 실은 정부 수립 이후 종교인 과세가 금지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8년 전에도 종교인이건 아니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세금을 내도록 돼 있었다. 그냥 일부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았고 과세당국도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은 것뿐이다. 종교인 과세가 지난해부터 시작됐으니 퇴직금 과세 대상도 지난해 이후 발생한 소득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해 전까지 당연히 냈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중략)

 

사실 이번 종교인 퇴직금 비과세 법안은 대부분의 종교인과 상관이 없다. 당장 불교 승려와 천주교 신부에게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개념이 없다. 개신교의 경우도 퇴직금을 받는 목회자는 많지 않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퇴직금을 받는 극히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만 혜택을 볼 뿐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구동성으로 번갯불에 콩 볶듯 법안 처리에 나선 이유가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는 종교의 영향력이 유독 크다. 종교계에 한번 밉보인 정치인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다. 정치인이 지역 유권자 경조사에 못지않게 지역 종교행사를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정이 이러니 종교인 퇴직금 비과세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종교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조계종은 국회가 이 법안을 너무 서둘러 처리해 종교인들이 함께 비판을 받고 있다며 항의 공문을 국회에 보냈다. 조계종은 항의 공문에서 국회가 법안을 졸속 처리한다며 모든 종교계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종교인은 어떤 특혜나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다”며 “이 법안은 세간에서 우려하듯 소수 대형교회 목회자를 위한 특혜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직장인 월급은 유리지갑인데 종교인 소득은 비밀지갑으로 특별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략)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제라도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부터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종교인 과세의 첫 단추를 근로소득 신고로 끼웠으면 근로장려금 논란도 벌어지지 않고 퇴직금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현 종교인 과세 제도가 조세 공평과 종교 투명성 면에서는 진일보했지만 구체적인 법 규정을 보면 종교인의 특권을 인정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권이란 종교인에게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 세무조사를 종교소득에 대해서는 제한한 점, 종교활동비에 대해 무한정 비과세를 인정한 점, 종교인에게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도록 하면서 근로장려금 등의 혜택을 부여한 점 등이다. 

 

>>> 기사 원문 보기

Posted by 나라살림연구소 flashfresh